나도 이제 어엿한 한 가정의 주부이기에 ㅋㅋㅋ 외할머니의 김장에 소환되었다.

원래 사촌동생들이랑 내 동생들은 다들 김장에 참여해 왔는데 (아빠 안바쁠 땐 아빠도...) ​제일 큰 손주인 나와 나 바로 아래인 사촌동생1은 공부와 직장의압박으로 ... 참여를 안했었다. 그러다가 드디어 나도 생애 첫 김장에 참가하게 된 것이다!! 두둥!!!

 

때는 바야흐로 이천십오년 12월 12일 오전, 나는 우리 지역에서 광주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향했다. 우리 외할머니집은 아~주 어릴 때 내가 살던 집이다. 우리아빠는 그 당시로선 파격적으로! 넓은 집으로 이사가면서 예전 집을 팔지 않고,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혼자 되신 외할머니께 그 집을 선물로 드렸다. 그 때 난 초딩이었는데 그런가보다 했는데 내가 결혼을 해 보니, 아빠가 진짜 훌륭하신 분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낀다. 그래서 외할머니댁에 가면 꼬꼬마 시절의 추억이 많이 생각난다.

좋은 추억도 있고 나쁜 추억(주로 엄마한테 혼나는 ㅋㅋㅋ)도 있고, 이번에 정말 거의 십오년 만에 가서 보니까

내 어릴 때 기억과 달리 정말 동네도 작고 집도 작고 방도 작다... 유딩, 초딩1학년 때는 크게 느껴졌었는데~~

각설하고, 이번에는 별로 참여를 많이 안해서 이모 중 한분, 울엄마, 나, 내 동생들, 할머니 이렇게만 참여하게 됨.

 

첫째날엔 이런 저런 밑준비를 했다. 그런데, 나는 첫손녀의 위엄답게(약골의 위엄답게 ㅋㅋㅋ) 도착하자마자 너무 피곤해서 낮잠을 잤다.ㅠ삼십분만 자려고 남편한테 나 좀만 잔다고 문자보냈는데, 일어나 보니 밤이 되어있었다.ㅠㅠㅠㅠ 신랑한테 헉 나 지금 일어났어라고 문자보내며 시간을 보니 세시간이 흘러있음 ㄷ ㄷ ㄷ

일어나서 나가니까 엄마가 너 잠자러 왔냐고 ㅠㅠㅠㅠㅠ 우리집 막둥이는 혼자 목욕하러 목욕탕에 가고, 둘째동생이 야근의 압박을 헤치고 광주에 도착했다. 이냔이 아빠한테 11시에 출발했다고 (울집은 서울) 지령을 내리고 왔는데 도착시간 여섯시 반. 그래서 아빠가 중간에 쉴드 쳐준거 다 들켰다 ㅋㅋㅋㅋㅋ 사실 아빠 거짓말이 서툴러서 엄마가 이미 간파하셨던 건 안비밀.

 

동생이랑 밤에 같이 당근이랑 무채 써는데 집안일이 서툴고 김장 처음 해봐가지고 엄청 어버버하니까 동생이 엄청 갈궜다. 그러니까 좀 이런 것도 해봐야 아는건데 이럼서 ㅠㅠㅠㅠㅠ 둘이 같이 하다가 결국 동생이 답답해서 다 하고 ㅋㅋㅋㅋ 난 심부름 하고

대망의 이튿날이 되었습니다. 전라도에선 굴(석화라 부름) 넣은 김치랑 굴 안 넣은 김치 두 종류를 담근다. 난 어릴 떈 굴 들어간 김치 못 먹었는데 커 가면서 특히 20대 후반부터 굴들어간 김치맛에 눈을 뜨게 되어 엄청 좋아한다. >_< 경북지역이 고향인 남편은 나보다 더 좋아한다. 엄마가 신랑이 굴김치 좋아한다고 이번에 특히 굴 많이 준비하심 ㄷ ㄷ ㄷ

 

그럼 시작해볼까요

​밑준비.. 난 김장 처음이라 솔직히 과정 아직도 잘 모름.

그냥 심부름 시키면 심부름 다녀오고, 이것 좀 씻으라면 씻고 이랬음

 

내동생이 섬섬옥수로 다 썰었다. 저걸 기구 안쓰고 손으로 했다는... ㄷ ㄷ ㄷ

 

이건 내가 칼로 반띵한 무들~~~

 

내가 도착하니까 이미 이렇게 되어있었음. 할머니가 혼자 다 소금에 절이셨다 함 ㅠㅠㅠ

 

​김치 속 재료라고 합니다. 배추에다 양념속 버무릴 인원이 세 명(엄마 , 이모, 할머니)이라 속도 삼등분

 

버무리기 직전. 고수의 향기가 느껴진다~~ 우리 할머니 김장 70년차~~~(유년시절 10년은 뺐음)

 

 

그 동안에 나는 엄마의 레시피를 따라 수육을 삶았다. 무수분 수육을 혼자 힘으로 해 먹은 전적이 있어 자신감 충만

1. 먼저, 큰 냄비에 물을 반 채워서 펄펄 끓으면 고기를 넣는다(이번엔 오겹살 5kg 준비)

2. 핏물이 사라지면 건져 두고 ,,, 다시 큰 냄비에 된장 고봉으로 두 스푼, 마늘 네주먹, 생강 다섯 개, 월계수잎을 넣고 팔팔 끓인다

3. 끓기 시작하면 다시 고기를 넣고 사십 분 정도 약불로 삶는다----------이거 할 때 뚜껑 덮어야 되는데 뚜껑이 안보여서 걍 열고 끓였다가 네 명한테 잔소리 두 마디씩 총 여덟마디의 잔소리를 들었다ㅠㅠㅠㅠ 뚜껑 덮는게 수육할 때 그렇게 중요한지 몰랐지ㅠㅠㅠ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이 딸기라서 외할머니가 딸기 사주셔서 겁나 먹고 남은 거 가져옴 ㅠ 할모니 고마워용~~>_<

수육도 맛있게 삶아졌습니다1!!!!!

 

내가 썰어서 겁나 두껍게 썰림... 정말 이런 거 서툰 것 같다ㅠ 많이 하면 늘겠지;;;

 

그동안 김장도 마무리되서, 갓 담근 김치와 수육 한 컷~~~~ 김장김치랑 수육은 첫 날 손으로 싸먹는 게 제일 맛나다!!!

 

​헐 이번 김치 너무 맛있었음. 설탕 하나도 안 들어가는데 사과랑 배가 들어가니까 달고 감칠맛 나게 짭짤하고 달착지근 하면서 아삭아삭 하면서 아 정말~~~ 맛있었다. 다들 엄지척 하며 침묵속에 우적우적 먹음.

집에와서 공부하느라 지친 신랑한테 먹여줬더니 엄청 맛있다고 엄지 척!함!!! 오늘도 걍 쌀밥에 김장김치로 밥 다 먹음~~

우리집 김장김치(정확히는 외할머니표 김장김치)는 맛으로 자부심 있는 광주에서도 맛있다고 소문 자자했는데, 어른 되서 서울살고 결혼하고 다른 지역 와보니 진짜 맛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나 이거 전수 꼭 받아야지. 지금은 아무것도 모르지만ㅋㅋㅋㅋㅋ

 

​푸짐 푸짐~~~~~

 

 

이케이케 고기랑 김치랑 싸서 버무리고 있는 사람들한테 배달도 다니고 다 치우고 다같이 먹고..

나는 한 것도 없는데 오늘 기절한 것처럼 하루를 푹~ 잤다. 일어나니까 오후 6시 5분이었다.....;;;;;;;;;

다음엔 주부내공 더 키워서 주도적으로 김장해야지~!!! 첫 김장의 추억 끝!!! 나도 주부1단의 단계에 들어선 이 느낌 와핫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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